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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유죄의 주역 '둘리'…그의 증언은 흔들렸다

과일좀비 2019. 8. 23. 11:00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문제의 '킹크랩 시연회' 준비 시기 갈수록 달라져…당일 식사 여부도 미스터리[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닉네임이 '둘리'인 우모(33) 씨는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핵심증인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김동원 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댓글조작프로그램인 '킹크랩'의 개발을 지시했다는 거다. 이 일이 벌어진 '킹크랩 시연회' 현장을 목격했다는 유일한 제3자가 바로 '둘리'다. 김경수 1심 유죄의 MVP인 셈이다.

증언석에 선 그를 보면 왜 아이디가 '둘리'였는지 느낄 수 있다. 선하고 모나지 않은 인상의 그는 한편 불안해 보이기도 했다. 그가 이날 법정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잘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난다" "오래 돼서 헷갈린다" "그 문제는 김동원 씨에게 물어보셔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김경수 지사와 드루킹 김동원 씨가 만났다는 시연회 순간 만큼은 증언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만큼 확신이 있다는 말도, 뭔지 석연치 않다는 말도 될 수 있다.

2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김경수 지사의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둘리' 우씨는 증언이 계속 바뀌는 양상을 보였다.

김경수 지사 변호인 측은 문제의 2016년 11월9일 경기도 파주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일명 산채)에서 열린 '킹크랩 시연회'를 파고들었다. 우선 우씨가 시연회를 준비한 시점을 캐물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는 시연회를 몰랐다고 했다가 특검 조사에서는 당일 김동원씨의 지시를 받고 준비했다고 증언했다. 재판 과정에서 시연회 며칠 전에도 알았다고 사실이 추가됐다. 처음 진술과 다르게 며칠 전 지시받은 기억이 난 이유는 "구치소에서 생각해보니 안 나던 기억도 다 났다"고 했다.

변호인 측은 우씨 휴대폰의 2016년 11월 네이버 로그기록을 제시했다. 11월4일 새벽부터 킹크랩 테스트를 위해 로그인한 기록이 나온다. 우씨는 변호인의 신문에 "김경수 지사의 시연회를 위해 테스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우씨가 시연회 지시를 받은 때는 최소한 일주일이 가까운 6일 전이 된다.

우씨는 또 특검 진술에서 10월30일 생성된 더미데이터(가상설정데이터)도 시연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럴 경우 시연회를 지시받은 시점이 모름→당일→며칠전→10월으로 바뀌는 셈이다. 그러나 우씨는 이날 공판에서는 더미데이터가 시연용이라는 기존 진술에 대해 "잘못 전달된 듯 하다"고 또 번복했다.

'댓글 조작'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드루킹' 김동원(50)씨가 지난 1월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은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시연회 당일 저녁 식사 사실도 우씨가 말을 바꾼 케이스다. 애초 특검 진술 때는 김경수 지사가 도착한 뒤 음식 준비를 하고 경공모 건물 2층 식당에서 힘께 저녁을 먹은 뒤 뒷정리를 도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날은 "저녁 식사를 한 기억이 없다"고 증언했다. 김 지사가 시연회에 앞서 방문한 9월 28일 숯불소고기를 함께 먹은 것을 착각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변호인 측은 2016년 11월9일 오후 5시 30분이 찍힌 인근 닭갈비집 영수증을 제시했다. 17인분에 달하는 양이었다. 우씨는 "김경수 지사와 먹은 기억은 없고 아마 우리끼리 먹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그날 닭갈비로 식사를 했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이 진술이 바뀐 이유를 묻자 우씨는 "수사기관이 체크카드를 제시해주고 구치소에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기억이 났다"며 "추정이 아닌 정확한 기억"이라고 강조했다.

우씨는 또 시연회 당일 자신의 휴대폰에 킹크랩 프로그램을 다시 설치했다고 했으나 정확한 시간은 기억 못 했다. 특검 조사 당시 진술에 따르면 그는 김경수 지사 등과 식사를 하고 뒷 정리를 끝낸 뒤, 휴대폰에 킹크랩을 재설치했다.

그날 우씨의 휴대폰 로그기록은 오후 5시, 오후 6시30분, 오후 8시다. 8시부터 16분 간의 기록은 1심에서 인정된 킹크랩 시연회 시간이다. 우씨는 휴대폰에 킹크랩을 다시 설치한 시간을 "5시나 6시30분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5시는 10초 가량의 짧은 시간이라 6시30분이 유력하다. 이럴 경우 2016년 11월9일 일정표는 뒤죽박죽이 된다. 김경수 지사의 현장 도착시간을 특검은 오후 6시30분 이전, 김 지사 측은 오후 7시쯤으로 주장한다. 애초는 김 지사와 밥을 먹고 휴대폰에 킹크랩을 설치했다고 했는데 이제는 김 지사 도착 직후나 도착 전에 설치한 게 된다.

당시 시연회 현장 증언도 의문을 남겼다. 우씨에 따르면 드루킹 김 씨가 불러 강의실에 들어간 뒤 휴대폰으로 킹크랩 시제품을 구동시켜 김 지사에게 보여줬고, 드루킹 김씨가 김 지사에게 "개발해도 되겠냐"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이는 김 지사가 1심에서 유죄를 받은 결정적 정황이다. 이후 김 씨의 휴대폰을 두고 나가있으라는 지시에 나왔다가, 잠시 뒤 다시 들어가 휴대폰을 가지고 왔다. 우씨는 이날 "시연회 중 김 지사는 아무 말 없이 계속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시연회를 하러 들어간 킹크랩 최고 전문가가 아무 질문도 받지않고 설명도 없이 멀뚱히 서있다가 나온 셈이다. 우씨의 휴대폰 로그기록에 따르면 시연회 시간은 16분에 이른다. 변호인이 "별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드루킹이) 왜 휴대폰을 두고 나가라고 했나"고 신문하자 우씨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드루킹 김동원 씨는 애초 특검 조사 초기 단계에서 자신과 김 지사 단 둘이 있을 때 킹크랩 개발 허락을 받았다고 진술했다가 나중에 '둘리' 우씨도 함께 있었다고 번복한 바 있다.

우씨는 또 기존 진술에서 킹크랩을 2017년 12월 대선 시기를 목표로 2016년 10월부터 개발에 착수했다는 입장이었다.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 일정이 앞당겨지자 완성시기를 서둘렀다는 것이다. 이날 김 지사 변호인 측이 "개발 일정이 당겨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때가 언제냐"고 신문하자 우씨는 "2016년 10월 전"이라고 답했다. 당시는 대선 일정 변경은 물론 촛불시위도 시작되기 전이었다.

이날 변호인단의 주신문은 4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차문호 부장판사는 우씨에게 "오늘은 기억이 또렷하지 않고 목소리가 작았다"고 웃으며 주의를 줬다. 다음 공판기일은 9월 5일이며 19일에는 드루킹 김동원 씨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leslie@tf.co.kr

원문 출처 [TF현장] 김경수 유죄의 주역 '둘리'…그의 증언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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