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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대 선 현직 판사가 가장 많이 언급한 그 사람

과일좀비 2019. 7. 25. 09:00
'사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을 허가받은 22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남용희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18회 공판 증인 나선 정다주 판사[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법리적, 실무적으로 아주 뛰어난 분이라고 익히 알고 있는데 이런 자리에 나오게 돼서 심심한 유감을 표합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박병대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증인 반대신문에 앞서 이 말을 건냈다. 증인석에 앉은 정다주(43)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23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중앙지법, 부산지법,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 등을 거친 엘리트 판사다.

2013~2015년 근무했던 법원행정처 경력이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지금은 쑥 들어갔지만 법관 탄핵 논란이 한창이던 올해 초에는 탄핵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지난 4월 사법농단 연루 현직 판사 중 증인 1호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의 법정에 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 고영한 전 대법관의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 18회 공판에 증인으로 두번째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행정처 기획조정실 1,2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임종헌 당시 기조실장(구속중)의 지시로 수많은 '사법농단' 의혹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가 쓴 주요 보고서의 제목을 보자.

'상고법원 입법추진동력 붐업 방안',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검토’,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국무총리 대국민담화 영향 분석과 대응방향 검토', '2016년 사법부 주변환경의 현황과 전망', '이판사판야단법석 카페 동향 보고'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병대 전 대법관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이중 그가 작성한 전교조 문건을 보면 '(고용노동부의) 재항고를 인용해야 청와대와 대법원이 윈윈'이라고 분석했다. 고용노동부는 2014년 9월 서울고법이 전교조가 낸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자 대법원에 재항고를 낸 바 있다. 인용 결정 시기도 잡아 놓았다.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심판 선고기일 이전에 인용해야 '극적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항고를 인용해주는 반대급부로 청와대에 상고법원 입법 추진 적극 협조, 대법관 임명 제청 과정 적극 협조, 법관의 재외공관 파견과 대법원 위상 강화 등을 요청해야 한다고 적었다. 일종의 재판거래 계획서인 셈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문건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이름도 등장한다. 2015년 원세훈 전 원장이 대선 개입 혐의로 2심에서 정권을 뒤흔들 수 있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 판결을 받자 '우병우 민정수석이 사법부에 큰 불만'을 갖고 있으며 '대법원 상고심 절차를 신속 진행해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한다고 적었다. 실제 이 사건은 우 전 수석의 희망대로 전원합의체로 넘어가 파기환송됐다.

이날 증인신문에서 정다주 판사의 답변 중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이었다. "임종헌 실장이 불러주는 대로" "임종헌 실장이 지시한 대로" "임종헌 실장의 아이디어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편집했을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정 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타성에 젖어 시키는 대로 문건을 작성했다. 돌이켜보면 문장 하나하나가 후회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억에 없다"는 취지의 반복된 대답도 이어졌다. 검찰의 반복된 추궁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다. 임종헌 당시 기조실장을 마지노선으로 그 윗 선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

"증인이 작성한 보고서가 임종헌 실장의 윗선, 박병대 법원행정처장, 양승태 대법원장까지 보고됐나요?"

"보고서가 보고용이나 회의용으로 쓰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더 윗선에) 보고됐는지는 저는 아는 바 없습니다."

"임종헌 실장이 적어도 누군가에게 보고하려고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것 아닌가요?"

"논리적으로는 그렇게 볼 수 있지만 그런 기억은 없습니다."

사법 농단 의혹 사건으로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3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증인신문을 규정한 형사소송규칙 제74조 2항은 '의견을 묻거나 의논에 해당하는 신문', '증인이 직접 경험하지 아니한 사항에 해당하는 신문'을 금지한다. 정 판사는 판사답게 한 푼 에누리 없이 이 규칙에 따라 대답했다. 검찰이 증인신문을 하면서 본인이 작성한 자료가 맞는지 확인을 요청하면 한장 한장 넘기며 꼼꼼하게 살폈다. 빈틈을 보이지 않는 증언은 자기 재판에도 철저한 판사일 거라는 짐작을 하게 했다.

양승태 대법원장까지 올라가는 통로를 찾으려는 검찰과 극히 제한된 답변만 반복하는 정 판사는 도돌이표식 문답을 이어갔다. 속사포처럼 신문하던 검사가 돌연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증인, 아무리 지시라도 지시한 자에게 이의제기하거나 의문을 가져보지는 않았습니까?"

"(보고서가) 헌법적 테두리에서 쓰일 거라고 믿어서 특별히 의문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가 생각한 '헌법적 테두리'란 무엇이었을까. 재판을 거래해 조직의 숙원을 달성하는 것이 헌법 테두리의 일로 볼 수 있을까.

그 정답을 가장 잘 알 사람은 윤 판사의 왼쪽 너머 앉은 대선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일 법 했다. 이들은 피고인석에서 이날따라 유난히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leslie@tf.co.kr

원문 출처 [TF현장] 증언대 선 현직 판사가 가장 많이 언급한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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