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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은 계획경제"…헌재는 술렁였다

과일좀비 2019. 6. 14. 04:00


'최저임금 인상' 위헌 여부 공개변론이 열린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유남석(왼쪽 네번째)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시스

기업 측 "국가 통제" 반발…재판관 "무슨 뜻이냐" 되물어[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2017년 7월 고용노동부는 전년 대비 16.4% 인상된 7530원을 다음해 최저임금으로 고시했다. 1년 후 7월에도 10.9% 인상한 8350원을 2019년도 최저임금으로 고시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과속”, “속도위반” 등 비판하더니 무대를 헌법재판소로 옮겼다.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는 헌재 전원재판부 주재로 2018~2019년 최저임금 고시의 위헌 여부를 두고 전국중소기업·중소상공인협회(이하 전중협)와 고용노동부의 공개변론이 열렸다. 헌재에서의 변론이라는 특수성을 염두에 둔 듯 전중협 측 대리인은 헌법 조항으로 포문을 열었다.

“고용주들이 자유 민주주의 국가가 채택한 헌법에서 침해당한 조항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1항에서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임금입니다. 능력과 학력, 숙련도를 따지지 않고 최소한으로 보장해야하는 금액입니다.”

지난해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소상공인 연합회 주최로 열린 소상공인 총궐기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더팩트DB

◆ 전중협 “국가 보호 대상에 사업자는 없는가”

전중협 측 대리인은 2019년 기준 최저시급 8350원, 209시간 근무할 시 175만원에 달하는 월급은 절대 최저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임금은 최저임금으로 볼 수준이 아니다. 국민소득기준에서도 중위 소득에 해당하는 금액”이라 주장하며 “최저임금 급격 인상은 국가가 임의로 경제를 통제하는 계획경제의 일환”이라고 맹비난했다.

‘계획경제’라는 단어는 법정에서 조금 떨어진 브리핑룸에서 스크린으로 재판을 지켜보던 취재진마저 술렁이게 만들었다. 재판관 역시 “계획경제라는 말을 했는데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국가의 통제라는 표현도 “최저임금제를 국가가 경제구조에 개입하고 통제하는 제도라 생각하냐”고 거듭 질문했다.

전중협 측은 2년 연속 상승한 최저임금제도를 고용주와 기업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적용해 가장 큰 문제라고 봤다. 대리인은 “고용주가 운영하는 기업이 중소기업인지 대기업인지, 자영업자의 산업 구조가 어떻게 되고 고용한 근로자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통제로 본 것이 아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해당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행정법원에 항고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헌법재판소에 위헌 신청을 하게 된 경위도 설명했다. 대리인은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사업자는 661만 명, 근로자는 2800만 명에 육박한다”며 “특정한 개인과 시간,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적 권역의 문제이므로 헌법 소원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물가지수와 경제상승률 등 다양한 경제지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대리인은 “과거 10년간 소비자 물가지수의 상승률은 20%에 불과한데 최저임금 인상률은 106.8%로 물가 상승률의 5배에 달한다”며 “과거 10년간 노동생산성 상승률 역시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교했을 때 각각 8.3%, 103%로 차이가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겪는 세대는 20대 청년층이라고 분석했다. 대리인은 “높은 임금에 고용주는 신규 채용을 꺼리게 되고 이에 따라 20대 젊은 층의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20대 청년들이 무조건 임금 인상을 원할지 미지수다. 최근 경향을 보면 휴일을 늘려 여가시간을 보장해주길 더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안) 개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인상은 근로자 기본권 보호할 국가의 의무…왜곡하면 안돼”

고용노동부는 전중협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피청구인 자격으로 참석한 고용노동부 측 대리인은 “최저임금위원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회적 대화기구”라면서 “최저임금 인상 역시 노사 양측과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들이 연구와 회의, 간담회, 투표를 거쳐 결정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청구인의 헌법도 ”전중협 측이 주장하는 ‘국가의 기업 보호 의무’는 사회적 합의로 결정할 부분이지 위헌 여부를 다툴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중소기업 보호 의무 역시 저버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중소기업 보호의무는 최저임금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골목상권 보호, 카드수수료 인하 등 여러 수단이 있다”면서 “1년간 정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4차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실시했다.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도 모색 중이다”라고 밝혔다.

사업자의 산업 구조를 파악하지 않고 일괄 적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앞서 최저임금을 사업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자는 논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논의할 만한 사안이지만 (사업규모에 따라 달리 적용할 경우) 특정 업종과 종사자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을 우려가 있다”고 일괄 적용의 취지를 밝혔다.

또한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자가 누려야할 기본권이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최저임금제도는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바탕으로 국가가 이행할 의무”라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앞서 중위소득 수준이라고 표현했지만 2019년도 기준 175만원 월급을 받는 가장이 한 가계를 책임지는 사례도 많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며 열악한 노동환경을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측 대리인은 변론 말미에 최근 거세진 최저임금 논란에 유감을 표했다. 대리인은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자가 마땅히 누려야할 최소한의 기본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돈 많이 받고 싶다는 근로자의 욕심, 정쟁의 도구로 해석하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바람에 휘날리는 헌법재판소 깃발. /더팩트DB

이날 변론에는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가 출석했다. 이 교수는 “온수 목욕이 몸에 좋다고 끓는 점까지 온도를 올려선 안된다”고 비유하며 최저임금인상을 경계했다. 고용노동부 측 참고인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인상됐다는 올해 최저임금도 OECD 25개국 중 12위에 불과하다”고 고용노동부 측 변론에 힘을 더했다.

헌재는 이날 변론 내용을 토대로 재판관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 위헌인지 여부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ilraoh_@tf.co.kr

원문 출처 [TF현장] "최저임금은 계획경제"…헌재는 술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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