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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라이프人>은 일반인이지만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일반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힘든 일상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일상을 내보이며 서로가 다르지 않음을 알고 희망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서울남부지법=김소희 기자] 변호사 2만 명 시대, '청년 변호사' 유승백(35) 백승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오늘도 '블루오션'을 찾아 나선다. '변호사만 되면 성공'이란 말도 옛말이 된 지 오래기 때문이다. 이공계를 졸업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인 그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유 변호사 이름을 뒤집은 '백승' 사무소에도 '100번 이긴다'는 포부를 담았다.
지난달 29일 서울남부지법 인근에서 유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저는 제가 특출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줄세우기 식으로 취업을 하면 상처도 많이 받고, 작아질 거 같았어요. 그래서 밑바닥에서 굴러서 빨리 자리 잡는 게 제겐 나을 수 있겠다 생각했죠"라고 말했다.
한해 로스쿨에서 배출하는 신규 변호사만 2000명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로스쿨 관문을 거친 뒤 변호사 배지를 달아도 '로펌 입사 경쟁' '사건 수임' 등 넘어야 할 난관이 첩첩산중이다. 유 변호사는 스스로와 시장을 냉정하게 읽은 셈이다. 그는 대학에서 정보통신공학 학사를 받은 뒤 충북대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고, 이어 변시 4회에 합격했다. 그리고 2016년 8월 백승 법률사무소를 차렸다.
"저는 한 번도 고용변호사로서 생활해 본 적이 없어요. 공부를 할 때부터 빨리 개업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죠. 보통 일을 해본 후에 개업하겠다는 생각을 많이들 하시죠. 개업이라는 게 겁이 많이 나거든요. 일처리 부분에서도 두려운 점들이 많고, 영업적인 부분들도 그렇죠. 그래서 로펌 등에 취업을 하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 받는 변호사들이 많아요. 저는 젊을 때, 체력 있고, 시간적 여유도 있고, 내 스스로에 대한 준비가 가능할 때 부딪혀 보자 했죠."
서울변호사협회 기획이사인 유승백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그런 그는 '맨땅에 헤딩하기'를 자처했다. 공공기관, 법원, 경찰서 등에서 다양한 법률 상담을 했다. 때로 의뢰인들과 상담한 내용이 실제 사건 수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유 변호사는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간혹 있었지만, 한 번 신뢰가 생기면 '믿고 맡기는 변호사'로 기억된다"며 "의뢰인들과의 교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정 경험도 차곡차곡 쌓았다. '복대리(민법 제120조~123조)'만 80여건을 해봤다고 한다. A 변호사의 진행 사건이 다른 재판 일정과 겹칠 경우, 위임장을 받아 일회성으로 재판에 대신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그는 "서울변호사협회 게시판에 복대리 구하고 찾는 글이 올라오면 제 이름을 가장 먼저 올리기도 했다"며 "재판 과정에 대해 공부도 할 수 있고, 법정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스스로 갈고 닦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가 건넨 명함엔 '서울변호사협회 기획이사' 직함이 적혀 있었다. 서울변호사협회는 상임이사진 중 5명을 유 변호사를 비롯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로 채웠다. 협회 차원에서도 로스쿨 변호사가 상임이사직을 맡는 건 처음이다. 그는 "이제는 안건이 있으면 로스쿨 입장에서, 그리고 학생들 입장에서 협회에 의견을 전달해 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로스쿨에 관심이 많으셨던 서울변호사협회 이찬희 회장님이 서울변회 회장 선거 준비 과정에서 우연치 않게 제게 도와달라고 하셨어요. 서울변회 집행부는 회장 당선날 구성이 되면서 임기가 시작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저도 당일에 갑작스럽게 기획이사 자격을 받게 됐어요. 결과적으로 제겐 좋은 기회가 됐어요. 선거 운동 때부터 기획이사를 하면서까지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고, 그간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어필할 창구가 생겼거든요. 변호사로서 자기 업무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협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떻게 변호사들을 서포트 하는지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어서 많이 도움되고 있어요."
유승백 변호사는 "무료 법률서비스 자체는 의미 있지만, 이로 인해 법률서비스는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생기는 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영무 기자패기와 열정으로 뭉친 그지만 고충이 없는 건 아니다. 변호사들의 '밥줄'은 '얼마나 많은 사건을 수임해오느냐'로 갈린다. 노력한 만큼 수익이 달라진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변호사 1인당 월 평균 수임 건수는 1.69건에 그친다. 발품을 판다고 모두 사건 수임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얘기다.
"변호사도 자영업자예요. 그렇다고 본인이 노력한 만큼 영업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특수한 직업이죠. 많이 만나는 게 모두 수임과 연결되진 않거든요. 노력을 해도 안 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어요. 최소 1년은 버텨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주변에서 걱정을 할 때도 나는 안 될 거 알고 시작하고, 되면 행복하게 받아들이고 일을 시작하겠다고 말했어요. 처음엔 주변 지인들 사건부터 관심을 가졌어요. 문제가 있었는데 해결되지 못했던 것들을 제가 도와주겠다고 나서면서 처리하고 경험을 쌓았죠."
확실한 건 경쟁은 점점 치열해진다는 것이다. 유 변호사 역시 "매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분들과 매년 수임 건수가 줄어든다는 얘기를 나눌 때가 많아요. 점점 많은 노력을 들여야 선임이 되는 거죠.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서 보다 더 싸게 사건을 맡기고 싶은 거죠. 경제 상황도 원인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러나 결국 법률 서비스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 되는 거 같아요. 법률 서비스의 가치, 지식의 가치에 대해 낮게 보는 경향이 생겨난 까닭인 거죠"라고 털어놨다.
'청년 변호사' 자립과 변호사 시장 양적 확대를 보완하기 위해 유 변호사는 국가의 무료 법률서비스 재정비를 제언했다. 필요한 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경제적 사정이 어렵지 않은 데도 혜택을 받는 경우가 있어서다. 유 변호사는 "이런 경우가 늘어나게 되면 변호사에게 법률 상담을 받는 과정이 '낭비'라는 인식이 팽배해질 것"이라며 "청년변호사들의 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변호사들에게 '여름휴가', '추석나기'는 그림의 떡이다. /임영무 기자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 '추석나기'과 '여름 휴가'는 꿈 같은 일이다. 맡은 업무를 처리하기도 바쁘기에 특별한 계획을 세우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자영업자인 제게 일과 삶은 경계선이 없어요. 급한 일이 있으면 주말에도 나와야 하고, 야근도 늘 하죠. 결국엔 제 수입하고도 연결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거절하거나 마다할 수가 없거든요. 여름 휴가요? 일찍 퇴근하면 그게 저한텐 휴가예요. 일과의 단절이 쉽지 않아요. 휴가를 가기 위해서는 그 기간 동안 재판도 비워야 하고, 재판이 잡히면 일정도 조절해야 비로소 갈 수 있답니다. 아참, 형사 사건의 경우 갑작스럽게 동행해야 하는 일이 생기거나, 영장 청구가 되는 일도 있어요. 결국 아무데도 못가는 거죠."
일에 치여 살면서도 또 다른 꿈을 꾼다. 그는 쉼 없이 달려도 꿈이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개인사무소 설립을 돌파구로 삼은 것도 어쩌면 유 변호사의 '숙명'이었다.
"청년 변호사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늘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어요.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거죠. 저는 치열한 경쟁 속에 놓인 청년 변호사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의뢰인들의 '고맙다'는 말 한 마디면 그간의 힘든 게 눈 녹듯 사라져요."
ksh@tf.co.kr